인맥얻기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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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깊이 들어가보면 give and take가 바닥에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님이 말했다시피 나에게 줄 것이 있는 사람과 오랜 관계를 맺고 싶고
그렇지 않으면 그 끈이 오래가지 않는 법이죠.
상대방 또한 내게 얻을게 있다고 본인이 판단할 때 오래 가고 그 관계에 가치를 둡니다.
그렇지 않고 서로 내가 너무 손해 보고 있다고 판단이 되면 어느 정도까지는 가도 오래 못갑니다.
때문에 '귀인'을 만나도 내가 그 사람에게 상응할 어떤 내외적 가치를 지니지 못할 경우
그 관계는 깊어지기 어렵고 오래 유지 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은 안 해 보셨나요?
내가 힘들 때, 내가 정말 곤란할 때 적어도 저 사람만은 나를 도와 줄 것이다라고
기대하고 믿어서 도움을 청했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단칼에 거절하는데 반해
전혀 도와 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에게 그 도움이 온 경우말입니다.
후자는 내가 생각한 전자에 비해 오히려 가진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
내가 오히려 도와줘야 할 처지에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구요.
제가 살아보니 그런 경우가 상당히 많아서 황당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분석을 해봤습니다. 제 생각인즉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을 때, 도움을 줄 것으로 믿은 사람은
그 당시에는 내 도움이 전혀 필요한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그 사람들은 손해 보는 거래가 은연중 싫었던 것이었지요.
반면 내게 도움을 준 사람은 내 도움이 그나마 필요한 사람들었기에
내게 상부상조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학시절 과에서 백혈병에 걸린 선배가 있었서 지하철 가두 모금을 했더랬지요.
당시로선 3호선 라인이 제일 부자 동네였으니까 제일 많이 걷힐 거라고 생각했건만
가난한 걸인이 제일 많이 지나다닌 1호선에서 압도적인 금액이 걷혀
라인별 모금을 벌인 팀들의 희비 및 기대치가 어긋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죠.
1호선 라인의 사람들은 자기들도 백혈병 걸려 돈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 중에 했기에 감정이입을 했고 3호선 라인은 그렇지 않았던거죠.
각설하고, 인간관계에 대한 어떤 보이지 않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원할까요?
예를 들어 사업가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업의 노하우 및 물질적인 도움, 그 사람의 인적네트워크를 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가진 사업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대체로 사업가에게 제일 큰 고민은 자신의 일을 기업가 마인드로 해 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이런 사업가들은 조직에서 여러 사람들 겪었고
돈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신물나도록 겪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열정, 성실, 충성심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강원도 산골짜기의 가난한 농가 출신인 정주영씨가 사업가로 발돋움할 수 있던 계기는
쌀가게에서 머슴처럼 시키는 일만하고 월급만 받아간게 아니라
주인이 알지 못하는 다른 분야들, 예를 들어 엉망인 창고의 재고를 정리했다던지
고객중심으로 철저히 약속을 지켜 쌀 배달을 했다던지 비가 오던 눈이 오던
가게에 일찍 나와 정리를 하고 수고를 하루 이틀이 아닌 수년을 묵묵히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은 주인의 아들조차 못한 것이죠.

하지만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정주영씨처럼 생각 안합니다.
덜 손해 보고 더 받고자 합니다. 또 사람 심리란 당장 내게 대가가 돌아오는
일이 아니면 남의 일에 자기 일처럼 헌신을 쏟기가 어렵습니다. 설렁설렁하다가 내빼기 쉽지요.
제가 보기엔 정주영씨는 기업가에게 잘 보여서 뭔가 얻으려는 의도하에 그렇게 했다기보다는
성격상 그렇게 살아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밀고 나가다보니 그런 '운'이
트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에 박진영씨도 한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하더군요.
'인적 네트워크란 일부러 엮는다고 생기는게 아니라 일을 열심히하고 자기 일을 추구하다보면
그 일에 동조하는 사람들, 그렇게 사는 삶에 찬동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저절로 곁에 온다...'
내가 '그 어떤 사람'이 되는가에 따라 나를 알아보고 꼬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분들의 경우는 이 사람들 내부에 있는 '탁월성'이 타인을 끌었다고 봐야 하지요.
즉 타인에게 없는 어떤 범상못한 점으로 그에게 투자를 기꺼이 하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 냈다고 봅니다.

사람의 마음과 인정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요?
어떤 사람의 경우는 동료들의 경조사에 일일이 다 참석합니다.
상가집에 가서 남들 다 가고 난 뒤 끝까지 남아서 뒷정리하고고 궂은 일 도맡아서 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의 경우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흔쾌히 다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맥의 달인, 마당발의 귀재라고 흔히 일컫는 정치인들 보면 옆에서 볼 땐
과연 저렇게까지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참으로 우스운게 일 잘하고 묵묵한 사람보다 오히려 곁에서 볼 때는
아부를 떤다고 흉보는 사람들이 더 잘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쟁쟁한 장수를 제치고 오다 노부나가의 후계자가 된 이유도
그가 노예였던 장수로 승진했던 항상 오다 노부나가의 신발을 겨울이면 자기 가슴에 품어
체온으로 뎁혀서 대령하는 그 탁월한 마음얻기 실력 때문이라고 평하듯이요)
유명한 세일즈계의 신화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인맥관리에 대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색계'에서 왕차이즈가 맘을 열게 된 계기가 다이아몬드을 받고서였듯이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사실 남들과 똑 같은 방법으로 해선 안 됩니다.
내가 손해본다고 생각하고 베풀고, 내가 잃어 버린다고 생각하고 맘을 비워야 오히려 얻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할 듯합니다.
우린 흔히 사람을 물질적인 존재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돈과 학벌이나 포지션으로
사람을 많이 평가하고 사람들이 내게 오지 않는 이유로 나의 가난이나 외모, 인간적인 스펙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갖지 못한 것을 탓하기 쉽습니다만,
사실 사람은 영적인 존재라서 내면 깊숙이는 사랑, 진리, 영원성을 추구합니다.
누가 나를 이용하려고 다가오면 말은 안해도 느낌으로 알고,
가식으로 대한다면 그것 또한 금방 캐치해 내서 마음을 닫습니다
마음에 칼을 품고 입으로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절대 안 통합니다. 때문에
내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킬로 사람을 어떻게 해 보려 한다면 절대 먹히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 부족함이 없는 사람도 사실은 아무와도 나누기 힘든
내적인 공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외적인 소유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스펙과 외적 조건을 따지는 계산이 난무한 시대이기 때문에 어쩌면 사람들은
반면 순수한 만남과 진정성있는 만남을 원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이 힘들더라도 정직하게 도덕을 지키며 살 때, 그 사람의 격이 높아지고
다르게 봅니다. 가난하게 살아도 늘 정직하고 맑은 사람, 진실한 사람,
혹은 많은 탈선의 유혹 속에 한길을 간 사람들, 긍정적인 사람,
배려깊은 사람, 희생하는 사람들입니다.

저의 경우, 내가 정말 너무 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그 사람을 위해 눈 딱 감고
맘을 비우고 그 일을 할 때, (그 일이 어렵다는 거 상대가 알던 모르던)
그 사람이 '내 사람'이 되는 체험을 많이 했습니다.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 혹은 상대가 내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가 어떻게 해야지하고
마음을 먹는다면 사실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내가 100을 주고도 하나도 못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그 누구든 최선을 다해서
대하다 보면 그 100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도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내가 그 사람을 아주 좋아해야 합니다. 단점을 봤다고 단칼에 자르는 것이 아니라,
믿어주고 기대해주고 (사실 나이들어 보니 사람들 다 거기서 거깁니다. 즉 일 잘해서 좋아하면
깐깐해서 힘들고, 사람이 수더분하고 성격이 좋으면 일 마무리가 서툴고 하여튼 100%가 없습니다)
너그러울 때, 그 사람을 얻습니다. 너무 맑은 물이 되어 이것 저것 가리고 칼로 자르면
남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속아주고 믿어 주고 그런 것이 필요하더군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 달렸더라고요.

'숲속의 오솔길'님 글 펌 - http://miboard.miclub.com/Board.mi?cmd=view_article&boardId=4001&articleId=56097813&pagingType=&frameYn=&viewType=&min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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