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사건일지 4






이번에도 사체들은 모두 조각나 있었고 손가락 지문 부분이 잘려나갔으며 일부 사체에서는 장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유영철은 이후 조사에서 사체의 장기 일부를 믹서기에 갈아 마셨다고 진술했다.


18개의 토막으로 절단된 11구의 사체들 중 일부는 서로 뒤섞여 있기도 하고 부패가 많이 진행되어


있었기 때문에 과수사요원들과 국과수법의학자들이 총동원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별로 조각들을


맞추어 몸형태를 재구성해내는 작업에 몇일 밤낮이 걸렸다.


지문감식. 전국의 실종자 및 가출인 명단과의 대조. 사체와 예비 유족들의 DNA 비교분석등  신원을


파악하는 작업도 엄청난 일이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2.30대 여성들이었고 끝까지 가족이 나서지 않아 DNA 비교를 하지 못한 2명을 제외한


9명의 신원이 모두 밝혀졌다. 대부분은 출장 마사지 업소나 전화방 등에 종사하는 여성들이었지만


결혼을 하루 앞둔 채 실종되었던 예비 신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유영철은 발굴된 사체 외에도 5명의 여성을 더 살해해서 같은 장소에 매장했다고 주장했다.


그 말에 따라 수차례에 걸쳐 유적 발굴에 버금가는 수색과 발굴 작업을 벌였으나 발견되지 않았다.



-> 유영철은 인천 월미도에서 손목이 잘린채 불에 탄 차량안에서 발견된 서울 황학동 노점상 사체 역시


자신이 살해한 것이라고 자백했고, 공개되지 않은 현장 상황을 정확히 진술해서 범인임이 확인되었다.


인천 살인사건 현장 검증 때는 몰려든 취재진과 인근 주민들 속에 피해자 유가족들이 있었는데


너무도 태연한 유영철의 태도에 분노한 고인의 아내는 울다가 실신했고, 동생은 웃옷을 벗어던진 채


"유영철, 이 비겁한 놈아. 우리 형님 대신 나랑 한판 하자." 라고 소리치며 달려들어, 경찰과 주민,


휘재진을 물론 이 장면을 텔레비전 뉴스로 본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런데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피해자의 동생이 그 후 사건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결국


자살했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누누이 지적해왔던 범죄 피해자 대책이 여전히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발생한 비극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매우 크다.


경찰 구속 기간이 끝나갈 무렵 유영철은 마치 보너스를 준다는 듯이 이문동 출근길 여성 살해 사건도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다.


역시 범인이 아니면 모를 구체적인 현장 상황을 진술했기 때문에 경찰은 현장 검증을 마친후 유영철


사건 목록에 포함시켰고, 검찰 역시 다른 사건들과 함께 기소했지만 법정에서 유영철이 진술을 번복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바람에 결국 이문동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이문동 사건 역시 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 측면에서 큰 문제를 드러낸 경우인데, 유영철을 검찰에 송치하기


직전에 취재진들이 운집해 있는 상황에서 이문동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가 우산을 들고 유영철 앞으로


달려나오자 유영철을 호송하던 경찰관이 반사적으로 다리를 올려 피해자 어머니가 그 발에 맞고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진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다.


언론과 여론에서는 경찰이 살인마 유영철을 보호하기 위해 비탄에 잠겨 이성을 잃은 연약한 피해자 유가족을


발로 차는 과잉행동을 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경찰관이나


사회복지사가 전혀 없는 우리 제도가 문제의 원인이지, 해당 경찰관 역시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경찰청장이 공개석상에서 고개 숙여 사죄헀고, 해당 경찰관은 징계를 당했다.



-> 총 20명을 살해한 유영철은 그 해 11월에 사형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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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살인하고 장기먹었다"


10개월 동안 21명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엽기행각 추적기


“토막낸 사체 믹서에 갈고, 간과 뇌수 먹었다”




지난해 9월24일 신사동 노부부 살해사건부터 올해 7월13일 출장 마사지사 임모씨(27) 살해사건까지 지난 10개월 동안 무려 26명을 살해했다는 유영철(34 전라도 강진)의 진술을 들은 경찰들은 맥이 풀렸다. 강력범죄 수사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베테랑들이 모인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 형사들이었지만 그의 말은 도무지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7월16일 오후, 경찰은 서강대 뒤편 야산에 올라 그가 가리키는 지점을 파헤쳤다. 잠시 후 심하게 부패한 살점들이 드러났다. 수백 개의 조각으로 잘린 한 구의 사체였다. 그제야 경찰은 그의 자백이 사실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충격을 받은 경찰들과 달리 그는 “그냥 죽였다. 아무 느낌도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유영철은 치밀하고도 잔혹한 ‘살인기계’였다. 그가 윤락여성들을 부르는 데 사용한 휴대전화는 지난 6월 살해된 우모씨(28)의 어머니가 사용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씨로부터 어머니가 석 달 전 사망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경찰에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이 휴대전화로 윤락여성들을 ‘살인의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집으로 불러들인 윤락여성을 곧장 살해하지 않았다. 한 시간 가량 “고향이 어디냐” “남자친구는 있냐” 등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심지어 고향 부모에게 안부 전화를 걸게 하기도 했다. 또 여성들을 협박해 “오빠, 나 이제 고향 내려갈 거야. 같이 일하지 못해서 미안해”라든가 “언니, 나 지금 이상한 남자한테 납치됐어” 같은 말들을 녹음해뒀다. 그리고 여성의 사체를 처리한 뒤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음성을 들려줬다. 살해 시점을 속이고, 납치로 가장한 것이다.


그가 DNA 검사에 걸리지 않기 위해 윤락여성들과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는 경찰 발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검찰조사에서 그는 “처음에는 아무나 불러다 때려죽였지만, 나중에는 예쁜 여자만 골라 성관계를 갖고 죽였다”고 진술했다. 심지어는 4시간씩이나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성관계까지 갖고 나서 살해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도구로 팔각형의 5kg짜리 쇠망치를 사용했다. 이 망치는 공사현장에서 벽이나 바닥을 깨부수는 데 사용되는 도구. 유영철은 편리하게 휴대하기 위해 1m 길이의 나무 손잡이를 떼어내고 짧은 고무막대를 달았다. 망치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이음새 부분을 석회로 단단히 바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뚱뚱한 여자는 옮기기 무겁고 키 큰 여자는 욕실에 누일 수 없어 기피”


이 망치로 그는 피해자들을 단번에 살해했다. 단독주택에 침입해서는 마주치는 사람의 얼굴과 목을 마구 내리쳤고, 윤락여성들의 경우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가라”고 속삭이고는 뒤통수를 때렸다. 경찰이 서울 서남부지역 미제 살인사건들의 피해자 사진을 유영철에게 보여주며 “얘도 니가 죽였냐?”고 묻자 그는 “아니오. 수법이 틀리잖아요. 나는 한 방에 죽여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서남부 사건의 피해자들은 가슴과 등, 배, 다리 등을 여러 차례 찔려 숨진 것.


유영철은 범행대상을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골라냈다. 그는 ‘아담한 키에 마른 체구의 미인’을 선호했는데,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이혼한 아내를 닮은 여성을 골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뚱뚱한 여자는 무거우니까 살해한 후 사체를 옮기기 어려워서, 키가 큰 여자는 목을 잘라내도 좁은 욕실에 똑바로 눕힐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7월18일, 범행동기를 집중적으로 캐묻는 기자들 앞에서 유영철은 “여성들은 몸을 함부로 굴리는 일이 없고 부유층은 각성했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치 부유층과 윤락여성에 대한 ‘훈계’의 의미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인상을 풍긴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처럼 ‘정당성을 지닌’ 살인범은 아니었다.


검찰에서 그는 “지난해 9월 출소 후 이혼한 아내와 아들을 죽이기로 마음먹고 아내의 집을 찾아간 적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아들의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고는 아내만 죽이기로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안방에서 마른 김 한 장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는 아내에게 연민을 느껴 포기했다. 그날 유영철은 아내를 대신할 ‘대타’를 구해 살해했다. 다른 피해자들과는 달리 이날 희생된 여성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칼집을 내 짓뭉갰다.


그는 지난 1~2월경 동거한 애인 김모씨(27)도 죽이려 했다. 유영철이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집에 감금해놓고 온몸을 묶은 후 목을 졸랐다. 김씨가 잘못했다고 매달리자 “다시 만나겠다”는 다짐을 받고 풀어준 그는 김씨가 변심할 때를 대비해 김씨의 부모 연락처까지 받아뒀다. “변심하면 부모를 대신 죽이겠다”는 협박이었다. 거의 실신상태로 풀려난 김씨는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살해 목적의 범행과 금품갈취 목적의 범행을 철저하게 분리한 그는 가짜 경찰신분증을 만들어 경찰행세를 하며 불법 복제물을 파는 상인이나 윤락여성에게 돈을 뜯어내 생계를 꾸렸다. 그는 경찰에서 “영화 ‘공공의 적’에서 클로즈업되는 경찰신분증을 베껴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가짜 경찰신분증’은 4월14일 황학동 노점상 안모씨를 살해하는 계기가 됐다. 영화에서는 유영철처럼 신분증을 위조하는 범행을 우려해 진짜 신분증과는 다른 디자인을 사용했는데, 경찰서에 종종 들락거렸던 안씨가 유영철의 경찰신분증이 가짜라고 의심한 것. 이것이 유영철을 자극해 결국 안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7월18일 봉원사 인근 야산에서 벌어진 사체 발굴 작업에 모인 경찰 관계자들은 사체 훼손 정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체들은 15~18조각으로 절단돼 있었다. 유영철은 빨리 썩게 하기 위해 비닐봉지를 벗기고 사체 조각들을 땅에 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