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게이로 커밍아웃한 작곡가.jpg




















































작곡가 황상훈 (25세)












[스포츠서울닷컴│박소영 기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속이고 싶지 않았어요."

숨길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가장 친한 친구 몇 명에게만 털어놓은 자신의 '남과 다른 성향'을 대중에게 밝히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고백하고 싶었다. 자신의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를 들어준 많은 이들에게 거짓 연기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다.

'톱게이' 방송인 홍석천, 국내 최초 동성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에 이어 또 한 명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제2연평해전 추모곡'으로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작곡가 황상훈(아름다운 청년·24)이 주인공이다. 7일 <스포츠서울닷컴>과 단독으로 만난 그는 연예계 최초로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그의 어조는 누구보다 당당했다.





-커밍아웃이라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그런데 제가 지난해 제2연평해전 추모곡을 만들어 대중에게 정말 큰 사랑을 받았어요. SNS나 커뮤니티에 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상태인데 하루에도 수십 통의 응원 전화와 문자를 받아요.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렇다면 내가 취해야 할 태도는 뭔지 생각했어요. 좋은 작품과 활동으로 보답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솔직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죠. 혼자 간직한 진실을 알려드리려고 용기를 냈습니다. 저, 바이섹슈얼 즉 양성애자입니다!

-가족들이나 주변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는 사실인가요?

정말 친한 고등학교 친구 넷은 알아요. 무조건 제 편이거든요. 제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든 간에 제 편에 있어줬던 친구들이고요. 알고 난 뒤에 오히려 제게 스스럼없이 다가 와 주고 가장 많이 응원해 준 녀석들이에요. 가족들은 글쎄요. 여동생은 알고 있는데 부모님은 아직 모르고 계세요. 그래도 절 믿어주실 분들이에요.

-언제부터 성 정체성에 변화를 느꼈나요?

감정의 갈등을 느낀 건 고등학교 때죠. 여자를 보면 설레는 감정이 남자에게도 느껴지더라고요. 제 친한 친구 네 명 중 한 명에게 처음 그 감정을 느꼈는데요. 그래도 그땐 사춘기니까 '내가 우정을 사랑으로 착각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센 편이거든요. 제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압도당했는데 미묘하더라고요. '나보다 성숙한 남자'에게 여성을 볼 때 느낀 감정을 똑같이 느꼈답니다.

-홀로 갈등이 심했겠어요.

나 혼자 치기 어린 방황인가 싶었죠. 제가 서울대, 연고대를 바라볼 정도로 수재였는데 그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에 제 감정이 흔들린 것과 더불어 가족 중에 한 분이 자살을 선택하셨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 뇌에 병이 생겼고요. 의사가 '이 병은 평생 안고 가야 하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더라고요. 당연히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고 그때부터 많이 흔들렸죠. 한창 찬란해야 할 나이에 지옥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