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걸그룹 ‘2NE1’ 멤버 박봄 입건유예 논란
검찰이 유명 걸그룹 ‘2NE1’ 멤버 박봄(31)씨의 마약 밀수 내사 사건을 입건유예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은 그간 마약 밀수범을 ‘마약청정국’의 위상을 흔드는 중대 범죄로 간주해 엄한 처벌을 내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깨고 박씨 사건을 입건유예한 것은 몰상식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검찰이 박씨를 입건유예하며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한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치밀한 마약 밀수입 전모
30일 검찰에 따르면 박씨가 구입한 암페타민 82정은 2010년 10월12일 오전 미국 화물업체 페덱스의 화물 전용기 FX023편을 통해 들어왔다. 비행기는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했고 인천국제공항이 도착지였다.
당시 박씨는 마약류 밀수입을 감추기 위해 두 가지를 위장했다. 먼저 우편물 수취 주소지를 다르게 했다. 당시 박씨는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에 살고 있었지만 우편물이 인천 계양구의 한 다가구주택으로 배달되도록 했다. 그곳은 박씨의 직계 혈족 거주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수취인 이름도 자신이 아닌 인척 명의로 했다.
하지만 박씨가 몰래 들여온 암페타민은 인천공항 세관에 당일 적발됐고, 이런 사실은 곧장 인천지검에 통보됐다. 검찰은 당시만 해도 마약 밀수범이 박씨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검찰 마약 수사관들이 우편물에 적힌 수취인 주소지를 찾아가 경위를 확인한 후에 암페타민의 ‘주인’이 박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검찰 수사관들은 이후 박씨의 서울 숙소를 급습했고, 범행을 자백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씨는 본인 지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암페타민을 구입하게 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덮친 검찰… ‘봐주기’ 수사 종결
이후 검찰은 범죄 적발 일주일 뒤인 2010년 10월19일 박씨 혐의를 검찰전산망인 ‘형사사법망’에 기록으로 남긴 뒤 사건 번호를 매겨 정식 내사에 착수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58조1항6호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그 물질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 또는 수출입하거나 그러할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형사사법망에 “피내사자는 불상자와 공모해 미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암페타민 82정을 밀수입했다”고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씨에 대한 마약 밀수 내사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검찰은 내사 착수만 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시간을 끌다, 그해 11월30일 박씨 사건을 입건유예키로 결정하고 내사를 중지했다.
입건유예란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명시된 총 7가지 내사 사건 처리 절차 중 하나다. 범죄 혐의는 있지만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동일인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통상 입건유예 사건은 그대로 종결된다.
따라서 박씨가 향후 마약류 범죄를 저지르거나 저지른 사실이 추가로 적발되지 않는 한 이 사건은 영원히 묻힌다. 게다가 검찰은 박씨 마약 밀수를 적발한 뒤 거주지에서 사실 관계만 확인한 뒤 추가 조사를 벌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속해 있는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검찰 조사 여부는) 모른다”며 이런 정황을 뒷받침했다.
◆함구령 내린 검찰
검찰은 박씨 사건에 대해 입건유예 처리한 이유를 함구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당시 인천지검 소속 신모(42) 검사는 세계일보의 확인 취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마약 사범 입건유예 결정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재경 지검 소속 한 검찰 간부는 “암페타민은 사실상 필로폰과 다름없고, 마약 범죄의 위험성을 고려해 법원조차도 구속 수사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상황인데 검찰 스스로 입건유예 결정을 내렸다니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 역시 “입건유예는 검사 고유의 수사 지휘 권한과 기소권을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며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 마약사범을 입건유예할 합리적 이유가 과연 있는지 현재로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입건유예= 검찰이 내사사건을 처리하는 방법 중 하나다. 범죄 혐의는 있지만 입건할 필요가 없을 경우에 내리는 조치다. 검사가 입건 유예 결정을 내리면 수사는 사실상 종료된다. 이런 이유로 입건유예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남용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다만 입건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동일 범죄를 다시 저지르면 수사는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