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중국사극 ‘왕희지’로 中대륙 공략



배우 김태희(사진)가 중국 시장을 직접 공략한다.

김태희는 최근 중국 사극 ‘왕희지(王羲之)’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국내 유명 드라마와 영화 제작사들의 숱한 러브콜을 받고 고심하던 그는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인 ‘왕희지’의 여주인공을 맡아 이르면 6월 중순부터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태희의 소속사 루아엔터테인먼트의 정철우 대표는 “중국 쪽과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 것은 맞다”면서도 “이 작품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이 연관돼 있어 아직 협의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태희는 2011년 MBC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로 호평받은 데 이어 지난해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출연해 데뷔 후 처음으로 사극 연기에 도전했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또다시 사극 ‘왕희지’를 선택하는 밑거름이 된 셈이다.

김태희의 행보는 중국에서 제작하는 작품에 출연한다는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 동안 대부분 한류스타들은 국내 작품을 중국에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중국 지상파가 한국 드라마에 좀처럼 빗장을 풀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유튜브’라 불리는 유쿠와 아이치이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현지팬들과 만났다.

하지만 중국 작품에 출연한다면 지상파를 통해 중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게 가능해진다.

중국 전문 에이전시 아이엠컴퍼니의 배경렬 대표는 “중국 내 한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한류 배우들이 중국에서 ‘돈만 벌어간다’는 반한(反韓)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내한하는 할리우드 스타를 지지하듯 중국인들은 한류 스타들이 자국 작품에 출연하길 원하고 있고, 중국 제작자들도 한류 스타를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해 놓고 있다”며 “이 때문에 중국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적절한 현지화 전략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희가 ‘왕희지’에 출연하면서 향후 톱스타들의 중국행 러시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일본에 비해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던 중국은 그간 한국에서 전성기가 지난 스타들이 찾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엄청난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산업화하면서 우경화 및 엔저 정책으로 한류가 시들해진 일본을 뛰어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발맞춰 김태희 외에 배우 주원·박해진 등 톱스타들도 앞다투어 중국 드라마를 차기작으로 선택하고 있다.

한류스타들은 호흡이 긴 작품에 출연하기 앞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김태희는 26일 방송된 중국 강소위성TV ‘대니간성성(看星星)’의 마지막회에 임수정과 나란히 출연했다. 이 외에도 국내 토크쇼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김수현·배용준·송승헌·권상우·김희선 등 내로라하는 한류스타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내 반응과 시장성을 점검했다.

배경렬 대표는 “13억 인구가 사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게다가 같은 동양계이기 때문에 한국 배우들에 대한 이질감도 적다. 중국은 향후 한류를 꽃피울 가장 기름진 땅이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