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제로 포커스 (Zero Focus)

감독 이누도 잇신
출연 히로스에 료코, 나카타니 미키, 키무라 타에
제작 2009 일본, 130분
평점

일본 전후 세대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들여다 봤다는 점에서 일본인은 모르겠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선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자국내에서 많은 수상을 했다는 점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배우들이 잔뜩 등장하고, 캐릭터 설정이나 영화 장르나 제게 있어서 맞춤 작품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에 스타트 버튼을 눌러 재생을 시킨 다음 스탭롤이 올라가 정지 버튼을 누를 때까지 흥분된 상태에서 영화 감상을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본 작품은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작가의 원작으로 제목은 '제로의 초점' 이라고 합니다.

소설 '제로의 초점' 은 이야기의 시대 배경인 1957년과 비슷한 1959년에 출판되었다는 점에서 그 시대를 살아왔고, 전쟁도 겪었던 작가이기 때문에 시대 상황에 대해서 보다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당시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어떤 작가보다도 더 리얼하게 묘사했으니 영화로 만들어진 '제로 포커스' 를 통해서 보여졌던 일본의 모습이 이미 본 적이 있는 것처럼 와닿았습니다. 아니 어찌보면 1957년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이 6.25로 인해서 남북으로 나뉘게 되고, 전후 막심한 피해를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발전된 모습의 도쿄나 경제 부흥기인 일본의 상황이 꼴보기 싫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일본이란 나라는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선 멀고도 가까운 나라이고, 이런 감정은 다음, 다다음 세대의 마음 속에 여전히 남을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원작 자체가 추리소설이기 때문에 영화 역시 추리영화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착실하게 채워 넣었습니다.

추리 영화라고 한다면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사건을 해결할 경찰 내지는 탐정, 추리와 호기심이 강한 괴짜 정도가 필요한데 본 작품은 피해자인 남편의 부인인 데이코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일을 경찰이나 남성들이 아닌 본인이 해나간다는 것입니다. 이점이 바로 본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고, 히로스에 료코를 데이코 역으로 캐스팅한 감독의 굳초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건의 실타레를 풀기 위해서 데이코를 선택한 이유인지 작품 속에서 데이코는 나머지 인물들과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은 느낌을 줬고, 덕분에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결하는데 모든 신경을 쏟아냅니다. 이제 막 결혼한 새댁이고, 힘든 것 모르고 자란 요조숙녀 데이코이니 산전수전 모두 거친 인물들 사이에서 그녀는 항상 외톨이일 수 밖에 없었고, 보다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결말 부분에서는 데이코 본인이 추리한 것에 대한 확실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는데 ...

그중에서 압권은 역시나 자신의 남편을 살해한 사람으로부터 생전 남편이 남긴 전언을 전해듣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표현에 서툴 수 밖에 없었던 남편이 진정으로 자신을 너무나 사랑했다는 이야기와 전쟁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는 계기를 본인으로부터 찾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오열하는데 저 역시도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더군요. 데이코처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저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진 못할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사랑하고 동경하던 사람을 잃게 됐는데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실까지 알게된다면 더 큰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겠죠. 이 장면을 통해 그렇게 약해보였던 데이코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떤 여성보다 강해보였습니다. 결말 부분에서는 더이상 데이코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진 않았지만 사치코를 통해서 어느정도 유추는 할 수 있게 몇몇의 장면을 제공해주긴 했지만 속시원히 해결해주진 않았기 때문에 원작에 대한 관심이 좀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마쓰모토 세이초의 '제로의 초점' 을 구입해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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