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악어는 눈물을 분비하는 누선과 침을 분비하는 타액선이 가까이 붙어 있어서 먹이를 먹으려고 입을 크게 벌리면 눈물이 난다고 합니다. 슬픈 게 아니라 먹이를 잡아먹으면 생리적으로 자연히 눈물이 나오는 거죠. 그래서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종종 쓰는 말이 ‘악어의 눈물’입니다.
오늘 저는 이 사진을 보면서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을 겁니다.
사진은 이스라엘 홀론에 있는 군인 묘지에서 찍혔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과정에서 사망한 32살 소령의 장례식이 열린 날입니다. 울고 있는 사람들은 죽은 소령의 동료 부대원들입니다. 물론 슬플 것입니다. 함께 울고 웃으며 생활했던 동료가 하루아침에 저 세상 사람이 됐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겠죠.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할 겁니다. 죽은 소령의 가족의 슬픔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죠.
그런데, 이건 어떤가요?
‘피의 일요일’로 기록된 지난 주말,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 근처의 셰자이야라는 마을에 살던 아이입니다. 다친 동생을 끌어안고 헐레벌떡 병원으로 뛰어 들어온 순간에 찍힌 사진입니다. 눈물범벅이 된 아이의 얼굴에서는 슬픔과 두려움이 함께 느껴집니다. 그래도 울 수 있는 건 목숨을 건진 덕분입니다.
아빠들이 안고 오는 저 아이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시신을 제대로 수습한다는 건 엄두도 못 낼 일. 천 하나로 겨우 시신을 감싼 채 단체로 묻어주러 가는 길에 찍힌 모습입니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외신 뉴스 동영상을 보면 저 아이들을 묻어주는 순간에도 머리 위로 미사일이 떨어집니다. 손으로 묻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들. 아빠는 결국 땅에 주저앉아 굵은 눈물만 뚝뚝 흘립니다. 목 뒤로 꾸역꾸역 삼키는 아빠의 울음소리에 진한 슬픔이 배어 나옵니다.
시신 보관소 앞에서 자식의 죽음을 확인하고 무너지는 아빠, 죽은 아이의 이마를 짚으며 오열하는 엄마. 이날, 이스라엘군이 지상 작전을 확대하면서 이 마을은 살아있는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비처럼 쏟아지는 미사일에 살던 집은 산산조각이 된 채 무너져 내렸고, 마을 곳곳이 불탔습니다. 주방에서 엄마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도, 집 앞에서 곰 인형을 가지고 놀던 아이도 모두 그 자리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나갔습니다. 앰뷸런스가 쉴 새 없이 왱왱 소리를 내며 지나다녀도 구조 인력의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됐습니다. 구조대원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은 불쌍하고, 이스라엘 군인이 잘 죽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다만, 이스라엘 군인들의 죽음이 왜 슬픔으로 다가오는지 않는가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하고 싶은 겁니다.
가자지구와 불과 1km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롯이라는 마을입니다. 사진 저 멀리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이스라엘에게 공습 당하고 있는 가자지구입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폭격으로도 모자라 지상군으로 밀고 들어가고 있는 장면을 구경하러 나옵니다. 저렇게 소파까지 들고 말이죠. 밤이 되면 아예 야전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미사일이 가자지구에 떨어질 때마다 환호하고 박수를 칩니다.
이스라엘 주장에 따르면 저 마을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 피해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저렇게 평화로울까요? 모든 게 무너지고 거리에 시신이 나뒹구는 가자지구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면 아마 노을 지는 모습을 보러 나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에게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이 더할 나위 없는 구경거리인가 봅니다. 이 모습을 본 덴마크 언론인은 ‘스데롯 시네마’라 부르며 이스라엘판 악마를 보았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무척 공감했습니다.
오늘도 팔레스타인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갑니다. 몇 안 되는 병원 응급실은 저렇게 밀려드는 부상자들로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겠죠. 아마 이스라엘 군인도 뜨문뜨문 죽고 있을 겁니다. 오늘 현재 팔레스타인 사람은 573명이 죽었고, 이스라엘 군인은 18명이 죽었습니다. 이스라엘 측에 따르면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가장 많은 군인이 죽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뭘 노리는 건지, 이 같은 공격으로 정치적으로 얻는 게 무엇인지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애꿎게 죽고, 다쳐야하는 민간인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미사일 폭격으로 생긴 잿더미를 뒤집어 쓴 아빠가 자신과 똑 닮은 아기를 안고 병원에 달려왔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의 큰 눈을 보며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어른들이 못나서 미안하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