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의 13년 역사, 곧 MC 변천사


목요일 심야 시간대 예능판도가 여전히 혼전 중이다. MBC <무릎팍 도사>의 출범으로 판세가 출렁이는 가운데 SBS <자기야>가 탄탄한 고정층을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KBS 2TV <해피투게더>가 목요 최강자 자리를 호락호락하게 내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들어진 지 벌써 13년이나 지난 프로그램이지만 여전한 기세를 자랑하고 있다.

<해피투게더>가 이렇게 자리잡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해피투게더>를 거쳐 간 수많은 MC들의 공을 빼 놓을 수 없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장장 13년의 시간동안 <해피투게더> 신화에 일조한 MC들은 과연 누가 있었을까.

IE001540309_STD.jpg

▲ <해피투게더 시즌1>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신동엽-이효리
ⓒ KBS

시즌 1 : 신동엽-이효리 콤비의 전성시대

<해피투게더>가 지금껏 장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놓은 MC는 누가 뭐래도 신동엽이었다. 2001년 <해피투게더> 1회부터 MC를 맡았던 그는 유승준·차태현·김장훈 등의 MC들과 호흡을 맞추며 <해피투게더>를 이끌었다. 그랬던 그가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난 것은 바로 2002년, 핑클의 리더 이효리가 개인활동을 선언하며 <해피투게더>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때 부터였다.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전설의 콤비 신동엽-이효리가 탄생하면서 <해피투게더>는 전에 없는 폭발적 인기가도를 달렸다. 신동엽의 깐족거림과 이효리의 솔직담백함은 묘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해냈고, 게스트와 상관없이 평균 이상의 웃음을 이끌어내는데도 성공했다. 당대 최고의 MC 조합이라고 일컬어지는 '신동엽-이효리' 콤비는 무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프로그램을 이끌면서 <해피투게더>를 대한민국 대표 예능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다.

특히 신동엽조차 "잘 할 수 있을까 불안해했던" 이효리의 활약은 기대 이상으로 대단했다. 그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한편 시대를 대표하는 섹시가수이자 여성 MC로 그 자리를 굳건히 하게 된다. 훗날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이효리를 두고 "한국 예능부문 최고의 존재"라고 평가하기까지에는 <해피투게더>에서 그녀가 보여줬던 센스 넘치는 진행실력이 많은 밑거름이 된 셈이다.

2003년, <해피투게더>의 신동엽-이효리 콤비의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은 국민MC 유재석과 김제동이었다. 신동엽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유재석이라고 판단했던 <해피투게더> 제작진은 끈질긴 설득과 회유로 끝내 유재석을 캐스팅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여기에 당시 이름을 날리고 있던 명MC 김제동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유재석 시대'가 개막한다.

허나 대중의 기대 와 달리 유재석-김제동은 그리 매력 있는 조합은 아니었다. 비슷한 수비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두 MC는 서로의 약점을 상호 보완하지 못한 채 현상유지에 머물렀다. 날고기는 유재석에 비해 김제동은 힘이 딸렸고, 애초부터 신동엽-이효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던 <해피투게더>에서 유재석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었던 것도 문제였다.

그 때문이었을까. <해피투게더>의 시청률은 신동엽-이효리 콤비 때와 달리 점점 떨어지게 됐고, 개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위기까지 다다르게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당시 <해피투게더>의 경쟁작은 한창 공개 코미디 열풍을 등에 업고 숱한 유행어를 쏟아낸 화제작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시청률 경쟁에서 더블스코어 차로 패배하는 굴욕을 맛보게 되자 <해피투게더> 제작진은 "유재석만 남기고 모든 걸 바꾼다" 는 말과 함께 <해피투게더> 시즌 1을 과감히 마무리 짓는 파격을 선보인다. 이로써 '신동엽-이효리' '유재석-김제동'으로 면면히 이어져 오던 <해피투게더> 시즌 1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IE001540310_STD.jpg
▲ <해피투게더-프렌즈>를 이끌었던 유재석-이효리
ⓒ KBS

시즌 2 : '유재석 시대' 개막하다

2005년 <해피투게더> 쟁반노래방이 씁쓸한 종영을 한 뒤, <해피투게더>는 시즌2 격인 '프렌즈'로 변신하며 급격히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게 된다. <해피투게더-프렌즈>는 유재석이 잔류한 대신 김제동이 하차했고, 신예 탤런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김아중과 <상상플러스>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탁재훈이 합류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해피투게더-프렌즈>는 시즌1과 달리 MC의 능력보다 포맷 자체의 파괴력이 훨씬 컸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기에 유재석 같은 정리형 MC의 진가는 극대화 된 반면 탁재훈 같은 공격형 MC는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워낙 베테랑인 유재석은 처음 MC를 보는 김아중 뿐 아니라 탁재훈까지 아우르는 진행 능력으로 프로그램을 부드럽게 이끄는 천재성을 보여줬다.

신동엽-이효리 조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해피투게더>시즌 1과 달리 <프렌즈>에서의 유재석은 국민 MC다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유재석-김아중-탁재훈' 조합을 성공적으로 완성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시즌 2에 이르러 <해피투게더>를 온전히 장악하게 된 그는 향후 이어지는 <해피투게더>의 역사 속에서 가장 빛나는 MC로 그 위상을 새삼 재확인 시켜주기에 이른다.

<해피투게더-프렌즈>가 어느 정도의 본 궤도에 오르게 되자, 2006년 제작진은 다시 한 번의 변신을 꾀하게 된다. 김아중과 탁재훈이 하차한 대신에 '원조 MC' 이효리가 재합류 하게 된 것이다. 한동안 정체기를 맞이했던 <해피투게더-프렌즈>는 이효리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고, 20%대 중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다. 훗날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국민 남매로 불리는 '유재석-이효리' 조합의 찰떡궁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이효리는 2집의 표절 논란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런 악재를 <해피투게더-프렌즈>의 성공으로 돌파하고자 했던 그녀는 최선을 다해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갔고 유재석 못지 않은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는데 성공한다. "개인적으로 나와 가장 잘 맞는 여자 MC를 들라면 이효리와 김원희다"라는 유재석의 평가가 결코 헛말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유재석의 천재성과 이효리의 열성은 강력한 파괴력을 동반했고 <해피투게더-프렌즈>를 당대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등극시켰다. 이로써 유재석은 다시 한 번 <해피투게더>로 '유재석 시대' 의 견고함을 확인했고 이효리는 <해피투게더>와 가장 인연이 깊은 여성 MC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이효리는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통해 상처 입었던 브랜드 가치를 가뿐히 회복하는 행운을 누렸다.

시즌 1의 '신동엽-이효리' 조합만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유재석-이효리' 조합 이 후, 이효리의 뒤를 이어 <해피투게더>에 합류한 MC는 유진이다. <프렌즈>가 파일럿 프로그램이었을 때 유재석, 탁재훈과 함께 공동 MC를 맡았던 그녀는 김아중, 이효리에 이어 3대 여성 MC로 등장하며 <해피투게더-프렌즈>의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 MC 이효리의 후광이 너무 컸던 탓일까. 유진은 나름의 존재감을 잘 드러내지 못했고, 유재석과의 호흡도 이효리만큼 뛰어나지 않았다. 결국 <해피투게더-프렌즈>는 포맷의 식상함과 MC 조합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자연스럽게 폐지 수순을 걸었다.

IE001540311_STD.jpg
▲ <해피투게더3>의 MC, 유재석-박명수-신봉선-박미선(시계방향)
ⓒ KBS

시즌 3 : '4인 MC' 체제의 완성

<해피투게더-프렌즈>가 폐지된 뒤 <해피투게더>는 시즌3 격인 '학교가자' 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 때 합류한 MC가 바로 유재석의 전통적 콤비인 박명수다. <무한도전><X맨><놀러와> 등에서 호흡을 맞춘 유재석-박명수는 이름값만으로도 시청률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진 조합이었다. 시청률 때문에 '학교가자'가 휘청거리자 '도전 암기송' 으로 포맷을 바꾼 <해피투게더>는 본격적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한다.

이후, 유재석-박명수-신봉선 체제로 움직이던 <해피투게더3>는 줌마테이너의 선두주자 박미선과 지상렬이 합류함으로써 더욱 탄력을 받았고, 후에 지상렬이 하차한 뒤 '4인 MC' 체제를 굳건히 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김준호와 G4가 합류하면서 <해피투게더>는 4인 MC에 5인 패널이라는 다소 복잡한 구도의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그 명성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해피투게더> MC의 역사는 곧 <해피투게더>의 역사였다. 프로그램이 상승세일 때도 있었고, 하락세일 때도 있었지만 MC들은 나름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작품을 이끌었다. 이것이 바로 <해피투게더>가 12년의 세월동안 사랑받는 근본적인 이유다.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목요 예능 판도에서 <해피투게더>는 과연 오랜 역사와 전통, 기라성 같은 MC 군단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변화의 기로에 선 <해피투게더>의 건투를 빈다.

CYYpro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