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장르 문학, 장르 문학을 원작으로 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고 소장할 정도로 좋아하는 저였기 때문에 케이블 자체 제작 드라마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치곤 '신의 퀴즈' 에 대한 관심은 꽤나 많은 편이었습니다. 대한민국판 CSI 를 표방하고 제작 방송되었던 'KPSI(슈퍼액션)' 가 있었는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존의 대한민국 형사물 드라마나 영화와 비교해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일반적인 대한민국 형사물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신의 퀴즈' 는 'KCSI' 보단 발전되고, 언론이나 미디어에 뿌린 보도자료에 언급한 'CSI', 'HOUSE' 에 걸맞는 작품의 퀄리티를 내주길 기대했었습니다.
그리고 '신의 퀴즈' 1화 '드라큘라의 비밀' 편이 드디어 방송되는 날이왔고, '신의 퀴즈' 첫방을 자축이라도 하듯 CSI의 특정 에피소드, 관련 장르의 영화를 방송했습니다. '희귀병', '국내 최고 법의관 사무소', '엘리트 의사들', '천재', '카리스마 수사관', '미궁' 이란 매력적인 설정들이 가미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1화를 감상한 제 소감은 그들이 언급한 'CSI', 'HOUSE' 가 현실적인 문제(제작비, 제작환경)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까지도 뛰어난 작품이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용의자나 피해자가 희귀병에 걸린 사람으로 등장하는데 이 희귀병을 소재로 삼았기 떄문에 'HOUSE' 와의 유사성를 인터뷰 등에서 언급했지만 정작 작품 속에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법의학 의사들이란 설정에 비해서 해당 희귀병에 대한 정보나 사례, 치료 방법들을 소개하는 정도는 그동안 'HOUSE' 를 시즌 1부터 6까지 챙겨본 입장에선 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허탈하더군요. 만약 저 의사들의 담당자가 닥터 하우스였다면 속이 뒤집어 질 정도로 농도 짙은 비꼬는 독설과 성폭행 못지 않은 음담패설을 들어야 했을 겁니다.
수사 부분은 '카리스마 여수사관' 란 설정이었지만 군대식 말투를 제외하곤 수사의 기본도 되지 않는 초보 수사원이란 생각 밖에 들지 않더군요. 게다가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 파트너와 함께 행동하는게 일반적인데 (영화나 드라마의 설정이 사실과 다르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신의 퀴즈' 에서는 살인 사건으로 단정 짓고 수사를 하는 것치곤 경찰쪽에선 여수사관 1명 밖에 등장하지 않더군요. 캐스팅 비용에 무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해당 여수사관이 정말 수사관 답다! 라는 것을 시청자에게 증명할 수 있는, 설정 지어줄 수 있을 정도의 수사관끼리의 에피소드 정도는 1화에서 넣어줬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디테일에 관한 부분인데, 초등수사 제외, 피해자 집 조사, 탐문수사, CCTV 등은 메디컬 수사라는 점에선 그다지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것 역시 CSI 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수사물과는 차별화 되는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희귀병과 매우 통속적인 범죄 설정 때문에 하나도 살지 못했습니다. 작품 초반 CG 몇개 보여주는 것과 특수효과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해부 장면 정도. 법의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법의학 연구소의 설정이나 해부하는 장면이 제 아무리 시청 등급을 운운한다고 하더라도 몇년 전 작품인 한국 영화 '용서는 없다' 에서의 법의학 설정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고, 초반 잠깐 등장한 CG는 피해자가 걸린 희귀병인 '포르피린증' 일명 '드라큘라 증후군' 을 설명하는데 집중적으로 사용됐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작비를 꽤나 잡아먹는 CG를 낙하에 의한 척추, 두개골 골절 표현에 사용한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선택이었는지 연출한 분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의자들을 심문 하는 신이 나오는데 실제 경찰 조사에서도 본 드라마와 똑같이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증인의 신상정보를 피의자가 알 수 있도록 하는지와 피의자가 하는 말들을 증인이 직접 들을 수 있게 하는지도 솔직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증인이 성인이라면 미연의 가능성이라도 생각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미성년자에다가 피의자의 가족이자 가정내 폭력을 당하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신상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에 대해선 안타깝더군요. 제작 발표회에서 희귀병을 소재로 다룬 것이 희귀병 자체가 치료법도 없다는 절망 속에 살아갈 환자들을 재조명 하는 것 역시 목적이라고 했으면서 이런 배려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아이러니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드라마는 첫방 내지는 2회분에 해당하는 1주분으로 시청자의 눈길과 관심을 얻지 못하면 동시간대 방송되는 타 방송사의 드라마, 타 채널의 각종 방송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일반적인 드라마들은 미니시리즈라고 하더라도 무려 16부작이나 방송되기 때문에 2주분까지는 시청자들 역시 여유를 줍니다만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이고, 겨우 10부작인 드라마가 1주분에서 시청자들에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원하는 본방사수 시청률은 기대하기 힘들고, 게다가 케이블 드라마에 바라는 지상파에선 볼 수 없는 자유로운 표현력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일반적인 표현이라는 것이 대부분 성적이거나 잔인한 표현인데 그런 것들을 대부분 지양한 본 드라마에 경쟁력은 역시나 한국 영화가 헐리우드 영화를 자국 영화 시장에서 제압했던 독특하고 매력적인 시나리오, 극한까지 끌어올린 연기력, 관객의 뒷통수를 후려 갈길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스탭들과 같은 인력인데 그것을 남은 9주분(9회분)을 통해서 가능성이라도 보여줬으면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같은 날 방송한 일본 드라마 'SPEC 케이조쿠2' 는 전작에 민폐를 끼치는 작품이었을지, 아니면 'SPEC' 이란 제목을 단 것 마냥 전혀 다른 작품으로서 제작되었을지 궁금. 동일 방송을 시작하고, 동일한 스케쥴을 소화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습니다만 가뜩이나 장르물 드라마가 부족한 한국이고, 멜로가 가미되면서 장르물이 희석되는 지상파 드라마의 약점을 어느정도 보완한 것이 본 드라마이기 떄문에 장르물 드라마로서, 형사 드라마로서 선의의 비교를 한다면 꽤나 재미있는 포스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나저나 리뷰 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서 '스마트에디터 2.0' 에서 새롭게 추가된 [글감 첨부 / 카테고리 : 드라마] 에 '신의 퀴즈' 가 없더군요. 방송된지 하루가 지났고, 소개 화면을 검색 결과 페이지에 떡~ 하니 올려놓은 것에 비해서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네이버 운영팀이나 방송사나 본 작품에 대한 홍보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군요. 가뜩이나 지상파 프로그램에 비해서 본방사수 하기 힘든 케이블이란 점을 고려하면 좀더 신경써야 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 드라마는 지상파! 라고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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