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몇발자국 올라가 낭하를 건너 작은 방으로 들어가 다시 왼편으로 돌아갔다. 방문을 여니 한식으로 볼품없이 꾸며진 더 작은 방이 그 안에 있었다. 방안에는 안짱다리의 왕(고종)이 창백한 얼굴로 초라하게 서있었으며 그 옆에는 명색이 세자라는 그의 아들이 무기력하게 서있었다. 왕은 체구가 작고 야위었으며 혈색이 없어 보였다. 최근 며칠 동안에 있었던 일들은 그를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으며, 신경쇠약이된 그의 모습은 보기에도 딱할 지경이었다. 그는 통역을 맡고 있는 존스를 향해 우리와 악수를 해도 좋은 지를 물었다. 그는 매우 반갑게 우리와 악수한 다음, 그의 옆에서 이를 내놓고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저능아인 그의 아들(순종)에게 방문객들의 손을 넘겨 주었다.
<맥켄지 기자 - 을미사변 후의 고종>
이건 1898년 이후의 기록이긴 한데 순종에 대해 잘 기록되어 있다.
황제(고종)의 얼굴은 개성이 없었으나 원만해 보였고 체구는 작은 편이었다. 조그만 눈은 약간 사팔뜨기였다. 그의 시선은 한 곳으로 고정되지 못하고 노상 허공을 헤매었다. 성긴 턱수염과 콧수염을 길렀지만 노란색 옷차림에 서양의 나이트 캡과 비슷한 높은 모자를 쓴 모습이 마치 늙은 목욕탕 아주머니 같은 인상을 주었다. (중략)
황제의 옆에 서 있는 태자(순종)는 아주 못생긴 얼굴이었다. 작은 체격에다가 얼굴은 희멀겋고 부은 듯해서 생기가 없어 보였다. 입술은 두꺼워 육감적이었고, 코는 납작했으며, 넓은 눈썹 사이로 주름살이 움푹 파여 있었다. 노란 두 눈을 신경질적으로 연방 깜빡거리면서 한시도 쉴 새 없이 이곳저곳에 시선을 돌려대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봐서 인상이 찡그린 돼지의 면상을 보는 것 같았고, 무슨 악독한 괴물을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바로 망국의 길에 들어선 한 왕조의 마지막 자손이었고 코레아의 마지막 황제가 될 사람이었다
<아손 그렙스트- 100년 전 한국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