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vs강호동vs신동엽, 新 파일럿 전쟁 성적표
유재석 vs 강호동 vs 신동엽, 新 파일럿 전쟁 성적표
꽃이 만개한 봄, 예능의 신들이 혹독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MC 3강'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이 새 파일럿으로 안방 문을 두드렸다. 가장 먼저 정규화에 성공한 이는 KBS2 ‘밥상의 신’의 신동엽. 수려한 입담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는데 성공했다. 유재석, 강호동 역시 정규화를 위한 치열한 물밑 작전에 돌입했다. 이들은 함께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MC 위기론 시대다. 유명 MC들을 내세운 예능들이 잇따라 폐지되면서 참신한 기획력을 내세운 새 파일럿이 물밀 듯 쏟아지고 있다. 'MC 3강' 역시 사활을 걸고 새 예능에 출격했다. 이들이 기존 프로그램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유는 하나다. 변화하는 예능 시장에 맞춰 생존하기 위해서다. ‘무릎팍도사’ 종영 후 한동안 MBC를 떠났던 강호동은 팬과 스타를 내세운 토크쇼 ‘별바라기’로 돌아왔다. 유재석은 KBS2’ 나는 남자다’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19금(禁) 콘텐츠를 선보였다. 신동엽은 예능과 맛 탐방 프로그램을 섞은 '밥상의 신'을 방송 중이다.
세 사람의 공통점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변화’다. 그래서 이번 파일럿 성적표는 중요하다. 단순히 정규화를 넘어 'MC 3강'의 입지가 여전히 건재한지 증명해야 한다. 묘하게도 세 프로그램의 첫 시청률이 비슷하다. '나는 남자다'는 4.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별바라기'는 4.2%를 기록했다. 불과 0.1% 포인트 차이다. '밥상의 신'은 파일럿 편은 5.1%를, 2부는 4.1%를 기록했다. 세 MC의 성적이 거의 차이가 없는 것. 이제 파일럿 전쟁은 'MC 3강'의 자존심 대결로 번졌다.
◆ '나는 남자다' 유재석 - 진행은 '최고' 19금은 ‘글쎄’
역시 유재석이다. 진행 실력은 명불허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50명의 일반인 방청객을 모두 아우르는 리더십이 빛났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였지만 어떤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유화제 역할에 출중한 유재석 덕이다. 자칫 산만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배려심도 여전했다. 예능이 처음인 일반인 패널들이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능력 또한 뛰어났다. 스튜디오 한가운데 선 유재석은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같았다.
그러나 콘텐츠와의 궁합은 의문다. 지극히 모범적인 이미지를 지닌 유재석에게 마초적 분위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19금 토크 또한 마찬가지. 게다가 19금 예능은 이미 신동엽이 꽉 잡고 있는 분야다. 시청자의 사연을 그린 부분에서는 JTBC '마녀사냥'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대중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는 유재석 본인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19금 콘텐츠를 어떻게 자신의 강점에 녹여 활용시킬지가 관건이다. 정규화 된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 ‘별바라기’ 강호동 - 포맷은 ‘신선’ 구성은 ‘산만’
진짜 주인공은 강호동이 아니라 일반인 출연자였다. MC 중심의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팬과 스타가 대화를 나누는 생소한 토크쇼지만 신선하고 새로웠다. 팬들의 일방적 짝사랑을 넘어, 서로가 의지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아날로그적 감수성도 돋보였다. 90년대부터 한 명의 스타를 꾸준히 사랑한 팬들이 대거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휘재를 데뷔 시절부터 좋아했던 두 여성 팬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고, 이중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과거 가수로 활동했던 이휘재의 앨범 표지와 관련 기사가 소개돼 향수를 자극했다. 14년 전 진행된 팬미팅 현장도 엿볼 수 있었다. 풋풋한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강호동이 그나마 중심을 잡아줬지만, 산만한 구성을 홀로 자제시키는 건 무리였다.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일까. 게스트와 패널의 수가 너무 많았다. 한 명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다른 이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힘이 넘치는 강호동의 진행은 탁월했으나, 많은 이를 커버하기엔 무리인 듯 보였다. 강호동은 집중력이 강하지만, 아우르는 포용력이 넓은 편은 아니다. 정규화 될 경우 산만한 분위기를 가라 앉히는 것이 숙제다.
◆ '밥상의 신' 신동엽 - 입담은 '별미' 독창성은 '평범'
지난 4월 출격한 ‘밥상의 신’은 호평에 힘 입어 정규화에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수랏상을 들라'며 마블링 가득한 한우를 탐욕스럽게 먹는 신동엽을 보면 저절로 군침이 돈다. 패널들도 수준급 먹방(먹는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침을 꼴깍 넘어가게 만드는 신동엽의 표정과 맛평이 관람 포인트다.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그를 따라 올 MC가 없다. 맛을 표현하는 풍부한 어휘력도 일품이다.
최근 예능, 교양 프로그램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힘 쓰고 있다. ‘밥상의 신’ 역시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다. ‘밥상의 신’ 오프닝은 숟가락으로 상투를 튼 신동엽을 비추며 시작한다. 신동엽은 왕의 말투를 흉내내고, 이 상황은 지극히 콩트적이다. 하지만 전개되는 방식은 교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퀴즈를 내면 정답을 맞춘 이에게 먹방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는 ‘밥상의 신’의 강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맛을 표현하고 연기하는 신동엽은 예능감은 탁월하지만, 형식은 흔한 맛집 프로그램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벌써 신동엽이 타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여 준 모습이다. 콩트적 재미만 추가됐을 뿐, 새로운 그림이 없다. 지난 1회 신동엽이 “연기 톤으로 해야할지, 진행을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고민을 드러내는 부분일 것이다. 예능과 교양, 그 중심에서 확실히 중심만 잡는다면 차별화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KBS,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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