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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ㅣ임근호·송은주·서보현기자] 태릉선수촌 국가대표 빙상장. 피겨 전용 아이스링크 조차 없다. 쇼트트랙, 하키선수 등과 링크를 나눠 쓴다. 시간을 쪼개는 방법 밖에 없다. 피겨팀이 10시~1시, 쇼트트랙이 1시~3시, 하키팀이 3시~6시 사이에 이용한다.


피겨의 여왕이 있는 나라지만, 그가 운동하는 환경은 넉넉지 않았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좋아하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김연아와 김원중은 서로를 응원하며 상대에게 가장 큰 힘이 됐다.


김연아가 사랑에 빠졌다. 아이스하키 선수 김원중이다. 국가대표 부동의 에이스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안양 한라에서 활약했다. 현재 국군체육부대 아이스하키팀(대명 상무) 소속. 2013~2014 亞아이스하키리그 PO 진출의 일등공신이다. 2013 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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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얼음 위에서 뜨거운 사랑을 꽃피웠다.


지난 2012년 7월, 김연아는 복귀를 선언했다. 벤쿠버 이후 풀었던 끈을 다시 조였다. 한국 피겨를 위한 결정이었다. 후배들의 소치행을 위한 결단이었다. 그렇게 김연아는 2년 만에 태릉선수촌을 찾았다.


퀸, 은반을 지배했던 '정복자'다. 그러나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 아니 다시 '도전자'가 된다는 건 일종의 고통이었다. 냉철한 머리가 시켰기에, 몸은 뜨겁게 움직였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때, 김연아에게 휴식이 된 건 선배 김원중이었다.


'디스패치'가 김연아의 마지막 올림픽을 취재했다.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간의 준비를 기록했다. 김연아의 생일인 9월 5일, 김원중과의 데이트도 포착했다. 부상으로 신음하는 김연아도 목격했다. 소치로 떠나기 전, 마지막 훈련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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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 부상과 만나다


9월 11일, 빙상장에서 나오는 김연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걸음걸이에는 고통이 수반됐다.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2주 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김연아의 부상소식을 알렸다. '중족골' 미세손상이었다.


어쩌면 복귀를 결심한 순간, 예상했던 일이었다. 적어도 김연아는 알고 있었다. 그가 싸워야 할 목록, 그 중에는 '부상'도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김연아는 묵묵히 견뎠다. 아픔을 핑계로 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단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김원중이 힘이 됐다. '보디체크'가 일상인 하키 선수, 부상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원중의 지인은 "부상으로 육체적 고통, 심리적 압박에 시달렸다"면서 "김원중이 든든한 위로가 됐다. 찌푸린 김연아를 웃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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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 김원중과의 조우


김연아와 김원중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연아가 고려대를 선택하면서 둘은 빙상 동문이 됐다. 게다가 둘 다 스케이트를 탔다. 비록 학번은 달랐지만, 얼음판에서 싸워야 한다는 공통분모가 둘을 가깝게 만들었다.


두 사람이 조우한 건, 태릉이다. 2012년 7월, 김연아가 먼저 선수촌을 찾았다. 복귀를 선언하며 태릉에서 몸을 달궜다. 4개월 뒤인 11월, 김원중이 입성했다. 마침 국군체육부대 아이스하키팀이 창단됐고, 국대 출신인 김원중이 뽑혔다.


올림픽 역시 공통의 지향점이었다. 김연아는 소치를, 김원중은 평창을 목표로 했다. 국군체육부대는 "대표팀이 최상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 평창 행 티켓을 향해 뛰겠다"며 국대 출신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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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와 김원중, 동병상련


김연아의 적은 김연아.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했다. 힘들고 고달픈 날들의 연속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 부상까지 찾아왔다. 마음껏 빙판을 누빌 수도 없었다. 오전에는 링크에서 몸을 풀고, 오후에는 실내에서 몸을 만들었다.


김원중도 마찬가지. 상무 선수는 17명에 불과했다. 보통 하키팀(30명)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대명 상무'는 2013~2014 시즌 亞 아이스하키 리그와 전국종합선수권에 동시 출전했다. 선수층이 얇았기에 2배 이상 땀을 흘려야 했다.


그래서 둘만의 시간이 더 달콤했는지 모른다. 서로의 소중한 날, 서로를 챙겼다. 지난해 9월 5일 김원중은 김연아를 위한 생일파티를 열었다. 12월 19일에는 김연아가 김원중의 생일을 기념했다. 연인의 날인 크리스마스 이브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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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와 김원중, 찰나의 만남


사실 두 사람이 만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선 김연아는 소치에 올인했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상무 소속인 김원중은 군인 신분이다. 선수촌에서 내무반 생활을 한다. 바깥 외출이 자유롭지 않다.


둘은 한 링크를 나눠 쓰지만, 빙상장에서 마주치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라'다. 김연아가 링크 훈련을 끝낼 때, 반대로 김원중이 링크 훈련을 시작할 때…. 그 짧은 순간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규칙이 있다. 1달에 2번은 밖에서 만나는 것. 주로 김원중의 외출·외박 시간에 맞췄다. 지난 시즌 상무는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주요 경기를 이긴 다음 날에는 외출·외박 및 포상휴가가 주어졌다. 김연아와 김원중은 그 시간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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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와 김원중, 삼결살 데이트


물론 데이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2시간 정도 밥을 먹는 게 전부였다. 주로 태릉 인근 고깃집을 애용했다. 메뉴는 거의 삼겹살이었다. 그러고 보면 둘의 저녁 데이트 역시 경기력 향상의 연장선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연아는 의무적으로 삼겹살을 먹었다. 체력 보충을 위해서다. 김연아는 올림픽 기자회견에서 "근육을 빨리 만들어야 했다. 힘을 써야 하기에 의식적으로 고기를 먹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측근 등을 동원해 주변 시선을 차단했다. 지인 커플과 동반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김연아의 매니저 또한 대부분의 저녁 자리에 동참했다. 주위 사람들이 김연아를 알아봤지만, 그래도 둘의 관계는 눈치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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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ld. Love. Yuna's.


단, 7분이다. 김연아는 7분을 위해 806일을 준비했다. 1만 4,592시간을 노력했다. 87만 5,520분을 뛰었다. 그리고 2월 21일, 그 땀을 소치에 쏟았다. 온 국민이 울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웃었다. 이제, 정말, 다, 끝냈다는 홀가분한 미소였다.


모두의 올림픽을 위해 혼자만의 싸움을 벌였다. 분명,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다. 이 때 김원중은, 어깨였다. 김연아가 기댈 수 있었다. 우산이기도 했다. 주위를 막았다. 그늘도 됐다.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Gold. Love. Yuna's. 금메달도, 사랑도, 모두 김연아의 것이다. 이제 무거운 왕관을 내려 놓는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계획중이다. 그 시작에 달콤한 사랑이 함께 하길 바란다. 은반의 여왕이 아닌 24살 김연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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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훈·송효진·서이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