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관객수가 적은 시간대를 골라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 를 보고 왔습니다.

제가 예상했던대로 이 시간대에는 관객이 거의 없을 것이다 생각했는데 ... 역시나 없더군요.

단 하나의 아쉬움이라면 주부 관객분이 갓난 아이를 데리고 왔다는 것 정도.

다행히도 딱 한번 아이가 뒤척여서 울음소릴 듣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시작과 마지막은 역시나 주인공인 마더 분께서 끊으시더군요.

마치 바람에 의해서 좌우로 흔들리는 갈대 마냥, 아주머니를 가득실은 고속버스 마냥,

김혜자씨는 좌우로, 전후로 몸 전체를 흔들어주시면 관객들을 반겼습니다.

 

아참, 디지털 개봉관이어서 그런지 확실히 보는 맛이 남다르더군요.

제가 간 영화관이 동네 근처에 있는 롯데 시네마 신림으로, 전에 봤던 박쥐와 오늘 본 마더는 화질의 차이가 LCD와 LED 만큼이나 심했습니다. 외국 자본까지 들어간 박쥐라 상당히 기대를 했지만 장르 자체 떄문에 그런지 굳이 디지털까진 필요없었나 싶더군요. 하지만 다른 개봉관에선 디지털로 개봉했을지도 모르니 ... 여기까지 하죠.

 

다시 작품으로 들어가 본 작품의 제목은 '마더' 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장르적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살인의 추억' 마냥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 아닌,

오리지널 작품이기 때문에 제목에서 가지는 의미는 훨씬 더 중요하고, 스탭롤에서도 김혜자의 배역은 '엄마' 가 아닌' 마더' 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마더' 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엄마' 정도가 아닌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본 작품을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이점을 신경써서 보시기 바랍니다.

 

예고편을 통해서 마더가 살인 누명을 쓴 도준을 위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지를 이미 관객이 될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더에 관심을 가졌던 이들은 전부 김혜자가 아들을 위해 무슨 짓까지 할까? 아들의 누명을 풀어주기 위해서 무단 침입과 같은 범죄는 우스울 정도로 대범한 짓들을 할까? 그렇습니다. 작품속 마더인 김혜자는 봉준호가 원했던 마더의 역을 제대로 소화한 느낌이며, 본 작품을 홍보할 때에도 살인 누명을 쓴 도준이 아닌 아들을 살려내기 위한 마더의 모성 본능을 통해 관객의 가슴을 난도질 합니다. 하지만 그런 난도질도 고마운 것이 아주 순간도 지루함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슴 뿐만 아니라 머리도 열심히 회전할 수 있도록 해줘 알콜이 도움을 준 것도 아닌데 스탭롤이 전부 올라간 시점에서 이미 몸은 사망.

 

봉준호 감독에게 있어서 마더는 괴물 같길 원했을까? 아님 살인의 추억 같길 원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까진 한국영화계를 세계에 알려줄 감독 정도였지만 이후 내놓은 '괴물' 은 그의 명성을 한국 최고의 감독이란 반열까지 올려놨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누구나 특정 분야에 최고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바라보는 것이 바로 수치입니다. 그 수치적인 면에서 '살인의 추억' 은 그에게 '괴물' 이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와 지릴를 제공했다면 1500만명이라는 말도 안되는 관객수를 기록한 '괴물' 은 그에게 '마더' 라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여유를 줬습니다. 그렇기 떄문에 이렇게 잔혹하고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괴로운 '마더' 를 관객들에게 소개한 것이겠죠. 흥행에 성공할 수 없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진구라는 배우와 조연 배우들의 열연으로 조금이나마 관객들에게 쉴 틈을 제공했고, 미소를 짓게 해줄 수 있었습니다. 그렇죠.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시종일관 관객의 진만 빼놓지 않는 유쾌한 감독이죠.

 

이런 점들 떄문에 감독 파워를 넘어선 작품에서 나오는 포스를 통해 지금과 같은 엄청난 수의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아직도 예매 순위는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칸에서 큰 상을 받고 온 박쥐는 더이상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좀 뒤에 개봉하긴 했지만 트랜스포머나 터미네이터의 여파에도 굴하지 않고 이렇게 버티고 있는 마더를 보면 대단하다! 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벌써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봉준호 감독의 후속작은 뭘까? 마더의 최종 관객수 여부에 따라 또 다른 모험 아닌 모험도 가능할까?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가능하다면 마더와 같은 작품을 한번 더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분명 그가 만들고 싶은 작품들 중엔 지금까지 만들지 않았던 장르의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가 만들면 확실히 뭔가 다를 것이고, 한국인 관객이라면 머리 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뺴앗길 정도로 내놓을 것입니다. 근데 저는 그런 새로운 작품을 봉준호 감독에게 바라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꼭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장르의 작품을 만들어 줬으면 합니다. 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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