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이리 와, 내 게임에 태워줄게
강민 (프로게이머, 게임해설가)
추천의 변
: 시즌 1의
홍진호
, 시즌 2의 임요환을 이을 스타크래프트 올드 게이머라면 역시 프로토스의 희망(이었던) 강민이 아닐까. 현역 시절 ‘몽상가’라는 별명대로 놀라운 발상의 전환과 상상을 초월하는 전략으로 다수의 대회를 휩쓸었던 그인 만큼 1세대 스타크래프트 팬들의 가슴에 또다시 불을 당겨줄 것이다. 게다가 다소 최양락을 닮긴 했지만 희고 멀끔한 얼굴에 성실해 보이는 미소,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안경 덕분에 마치 하버드 대학의 공부 벌레 혹은 MIT에서 포스트 닥터 과정을 밟고 있는 이공계 천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니(위 내용은 사실과 무관함) ‘지니어스’라는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불안요소
: 결정적 승부의 순간 갑자기 콧물이 흘러 퍼즈(pause)를 걸 수도 있으니 제작진은 세트 곳곳에 미리 티슈를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추천의 변
: 겁 없이 야구단을 인수했고, 돈이 없어 핵심 선수를 팔았다는 비난도 받았다. 여전히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그가 ‘남자의 로망’이라는 프로야구단 구단주가 된 지 7년, 넥센 히어로즈(이하 넥센)는 점점 강팀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현재 리그 1, 2위를 다툰다. 특히 만년 유망주로 평가 받던 박병호를 트레이드, 그가 넥센에서 MVP가 되게 하는 등 몇 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순식간에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빌리 장석’(영화 <머니볼>의 실존 모델인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빌리 빈 단장의 이름을 딴 별명)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세월 갈고 닦은 거래 감각과 죽을 각오로 버텨온 배짱이라면 <더 지니어스>에서도 흥미진진한 베팅을 보여주지 않을까.
불안요소
: 연맹을 맺었던 참가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상대 연맹으로 트레이드될지 모른다.
두 개를 다 가질 수는 없어요
강신주 (철학자, 저술가)
추천의 변
: 다 상담한다.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썼다. 스타 강연가다. 언변이 뛰어나고 어지간한 상대는 기로 제압할 수 있으니 게임 자체에 능하지 않더라도 다른 참가자들을 움직이거나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등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얻음으로써 세를 굳힐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숨 쉴 틈도 없이 상대를 몰아치며 스스로 결론을 말하게 하는 강신주 화법의 특성상 “룰 다 개 소리예요”, “폭탄 있어요? 거짓말이세요”, “카드 세 번 오픈하면 법칙이 찾아지거든요?” 같은 공격에 걸려드는 참가자는 GG를 치고 울며 뛰쳐나갈지도 모른다.
불안요소
: 가넷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매회 데스매치가 끝난 뒤 모든 참가자의 가넷을 공평하게 나눔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찾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황제의 내조의 여왕이란다
김가연 (연기자)
추천의 변
: 미인대회 출신에 MBC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에 데뷔한 연기자, 전 프로게임단 구단주이며 게임기획자였고 결정적으로 ‘그분’ 임요환의 그분이다. 게임만 하느라 세상 물정 모르는 순둥이 임요환을 먹이고 입히고 다그쳐 사회생활 할 수 있게 만든 배우자 겸 보호자 겸 매니저로, 야무져 보이는 인상 때문에 일각에서는 ‘백화점에 환불받으러 갈 때 동행하고 싶은 연예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시즌 2 당시 이상민을 비롯한 참가자들에게 속고 또 속고 당하고 또 당하는 임요환을 낭떠러지 아래로 새끼를 떠민 어미 사자의 마음으로 지켜보며 “애초에 여봉봉(임요환)이 딜을 잘못했다”고 훈수 두던 실력이라면 시즌 1의 김경란, 시즌 2의 임윤선을 능가하는 강한 캐릭터로 우승까지 넘볼지도 모른다.
불안요소
: 혹시라도 그가 떨어뜨린 가넷이나 신분증에 손을 대는 참가자가 있다면 데스매치 보다 더한 공포를 맛보게 될 것으로 사료된다.
‘쎈돌’이 최고다
이세돌 (바둑기사)
추천의 변
: 열두 살에 프로에 입단, 십대 후반부터 세계 정상급 선수로 뛰어오르며 뛰어난 기재(棋才)로 주목받았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과 거침없는 성격을 지닌 그에 대해 <동아일보>는 ‘바둑계의 모차르트’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딸을 위해 금연을 선언할 만큼 ‘딸바보’ 아빠가 된 이세돌 9단을 새로운 승부의 세계에 초대해보면 어떨까. 그는 올해 중국의 구리 9단과 우승 상금 500만 위안(8억 4천만 원)을 건 대형 이벤트 ‘10번기’를 진행 중이지만, 바둑 외에도 “훌라처럼 서로 눈치를 보며 머리를 쓰는 게임보다 ‘섰다’나 ‘도리짓고땡’처럼 베팅을 하고 바로 승부를 보는 게임을 즐긴다”(<경향신문>)고 하니 타고난 싸움꾼의 피가 끓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불안요소
:
“바둑기사는 일반인보다 기억력, 집중력, 수읽기에 능하다”
며 자신감을 보였던 이다혜 4단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시즌 2의 3회전에서 탈락했다.
삼십육계의 제31계는 미인계
임시완 (‘제국의 아이들’ 멤버, 연기자)
추천의 변
: 잘생겼다. 잘생겼다. 잘생겼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다. 아이돌로서는 드물게 이과 출신인 그의 대학교 전공은 기계공학, 취미는 심심해서 시작한 큐브 맞추기,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36초 만에 큐브를 완성하기도 했다. 즉, 단기간에 게임의 패턴을 파악하고 복잡한 계산을 해내며 게임을 운영하는 데 적합한 재능을 가진 것이다. MBC <스탠바이>에서 천사 같은 얼굴로 여우 같은 행동을 하는 역할을 귀신같이 소화했던 이력을 보면 위기의 순간에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선배 참가자들의 사랑과 믿음 또한 적절히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요소
: 하지만 ‘지인 특집’ 게스트로 광희가 나타나면 어떨까?
귀염둥이들은 나에게 오라
최진기 (사회탐구영역 강사)
추천의 변
: 수학 강사 남휘종은 ‘숲들숲들’의 굴욕만 얻은 채 떠나갔지만 또 다른 인물이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다니다 벤처사업에 뛰어들었는데 IMF로 빚만 잔뜩 얻은 뒤 형이 운영하는 당구장에서 일하던 중 중·고등학생 손님들과의 우연한 대화 끝에 학원가에 투신한 스타 강사 최진기의 파란만장한 이력과 생존 능력이라면 살벌한 <더 지니어스>의 세계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입시 강의 외에도 철학, 경제 서적을 집필하고 인문학 특강을 진행하는 등 폭넓은 지식과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는 만큼 ‘풍요와 기근’ 게임이 등장하면 맬서스의 <인구론>으로, ‘좀비 게임’이 등장하면 <총, 균, 쇠>를 통해 게임을 해석함으로써 참가자들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불안요소
: 그의 명강의가 통편집될 수도 있다.
집사인 듯 전사 아닌 집사 같은 너
진중권 (대학교수)
추천의 변
: 서울대 미학과에서 석사까지 마친 뒤 독일 유학을 다녀왔으며 5개 국어를 구사하고 몇 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이 인재의 취미는 트위터 ‘잉여질’, 그 가운데 절반가량은 자신에게 악성 멘션을 보낸 이들과의 말싸움이다. 일상의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남아도는 뇌 용량을 낭비하며 살아가는 듯한 진중권이라면 모처럼 본격적으로 머리를 써서 싸울 수 있는 판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참가자와 딜을 하는 대신 토론을 벌여 상대의 패가 아니라 영혼을 탈탈 털어버릴 수도 있으며 ‘모두까기’를 시전함으로써 따돌림 당해 일찌감치 탈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불안요소
: 올해 초 고양이 집사라는 새 보직을 얻은 그가 루비를 하루 종일 혼자 둘 수 없다며 데려와 어깨에 올려놓은 채 게임에 임할 수도 있으니 사료와 스크래쳐, 화장실을 준비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