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인터뷰.txt


-경기를 마친 소감은.

끝이 나서 홀가분하다.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둘 다 실수없이 성공적으로 마쳐서 기분 좋고 홀가분한 것 같다.

-어제 끝나고 어머니는 만났는가.

숙소가 너무 좋지 않아서 선수촌에 들어와 있었다. 휴대폰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점수에 관한 이야기가 많지만 끝났으니 너무 열받지 말고 후련하게 자유를 즐기자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은메달을 딴 것에 대해서도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이 갔다고 생각하자”고 이야기했다.

-잠은 잘 잤는가.

어제 경기 끝나고 인터뷰와 도핑이 있어 늦게 잤다. 완전히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났던 것 같다. 너무나 홀가분하고 마음이 편안하다.

-점수에선 졌는데 실력에서도 밀렸다고 보는가.

아직 제대로 다른 선수들 경기를 보지 않았다. 내가 (판정을)인정하지 않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 미련도 없다. 끝났다. 아무 생각 없다.

-한국은 판정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예전에도 편파 판정이란 얘기가 나왔다. 나보다 주변에서 더 열을 냈다. 이번에도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라는 게 감안되다보니 논란이 큰 것 같다. 난 일단 그 거에 대한 아무 미련은 없는 것 같다. 계속 말하지만 끝났다는 게 만족스럽다. 내가 잘했기 때문에 그 걸로 만족스럽다.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무슨 생각이 들었나.

다 끝났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다. 긴장한 탓도 있고 너무 힘들었다. ‘아 힘들어!’란 이런 생각이 들었고 ‘끝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점수 발표되는 순간, 표정 변화가 조금도 없었다. 점수가 잘 안 나올 거라는 생각을 했는가.

좋은 점수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쇼트프로그램 때 분위기를 보고 그런 거는 예상이 가능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더 실망한다.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예상한 만큼 안 나온 경우가 많이 있었다. 경기 전에도 많은 생각을 한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고 2등 했을 때의 생각도 한다. 그래서 점수가 발표됐을 때 놀랍지 않았다. 난 오로지 금메달을 위해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무덤덤했던 것 같다.

-소트니코바나 코스트너랑 대화한 게 있나.

얘기한 것은 없다. 끝나고 서로 축하한다는 인사만 했다.

-홀가분한 이유는 부담에서 해방되어서인가.

밴쿠버 올림픽 끝났을 때 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또 왔다. 홀가분하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다. 경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훈련 과정에서도, 밴쿠버 올림픽 이후 경기를 준비할 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목표 의식도 없어서 동기부여도 잘 안되어 힘들었다. 선수로서 삶을 살아가는데 제한적인 것도 많은데 이제 벗어날 수 있어 홀가분한 마음이 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가장 하고 싶은 것보다는 이제 끝이 나서 모든 짐을 다 내려놓았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한 것 같다.

-다른 선수들 점수는 보고 경기했나.

대충은 알고 있었다. 다들 조금씩 실수했다고 얘기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점수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끝이니까, 마지막이니까 마음이 가벼웠던 것 같다. 연습 때 잘 했다. 쇼트프로그램 땐 긴장해서 ‘경기 때 못하면 어떻게 하나’란 생각은 들었는데 프리스케이팅 땐 ‘연습한 거 100% 나오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강심장 비결은.

비결은 없는 것 같고, 성격도 타고 난 것 같다. 주변 선수들 보면 성격도 다 제각각이다. 실력이 좋아도 긴장해서 실전에서 다 못 보여준 선수들이 많다. 나도 긴장을 항상 하지만 다른 선수들보다는 덜 한 것 같다. 비결이라기 보단 타고난 성격이어서 운동하기에 적합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소트니코바가 프리스케이팅 기자회견 도중 먼저 나갔는데.

1~3위 함께 하는 기자회견이었다. 보통 다 끝나면 같이 일어나서 가는데, 마지막 질문이 내게 온 상황이었다. 그런데 (소트니코바가) 먼저 나가더라. 소트니코바는 기자회견을 (나보다)먼저 와서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의상도 안 벗고 회견장에 왔더라. 내가 대답하고 있는 데 자리를 떠나서 ‘뭐지?’라고 반응했다. 그런 것은 선수의 자유다.

-경기 뒤에도 굉장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는데.

금메달을 신경쓰지 않아 무덤덤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은메달을 땄다고 울상지을 수도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끝났으니까 휴식도 취해야할 것 같다. 마냥 놀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할 지 여유있게 고민도 해야할 것 같다.

-선수 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어제 마지막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하겠다. 하나만 꼽기는 어렵다. 너무 오랜 세월 운동을 했다.

-그럼 3개를 꼽는다면.

어제랑, 밴쿠버랑. 안 꼽겠다.

-하고 싶었는데 그 동안 못해서 이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선수 생활하면서 제한적인 것이 있었다면…. 먹는 것도 있다. 예전엔 살이 찔까봐 걱정했는데. 이젠 살이 안 찌고 근육도 만들어지지 않아서 고기를 의무적으로 먹을 때가 많았다. 그런 것도 좀 있었다. 쉬는 날이나 훈련할 때 불편하다 싶으면 확 예민해진다. 몸 아픈 거에 대해 예민하고 하나 하나 신경쓰는 것들이 있었는다. 특별한 게 아닌데 사소한 것에 신경쓸 게 많아 스트레스 받았던 것 같다.

-피겨는 어떤 의미이고 뭘 배웠는가.

내겐 뗄래야 뗄 수 없는 의미다. 이번에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보여지는 것은 결과가 중요하겠지만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이나 배울 점을 얻는 것 같았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밴쿠버 금메달, 소치 은메달보다는 나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마인드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