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취급하라" 담임이 초등생 왕따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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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없이 교실 맨 뒤 앉히기도
화장실 가면 급우에 감시 지시
부산지검 동부지청, 교사 기소
"훈육 아닌 정신적 학대"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훈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특정 학생에 대한 집단 따돌림을 부추긴 교사가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담임을 맡은 반의 한 학생을 집단 따돌림을 시킨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부산 모 초등학교 A(38·여) 교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A 교사는 지난해 4월 말부터 한 달가량 담임을 맡은 4학년 교실에서 B 양에 대해 다른 학생들에게 "투명인간 취급하라"고 말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있다.

또 B 양에게 짝이 없이 교실 맨 뒤에 혼자 앉도록 하고, B 양이 화장실에 가면 학생들에게 "정말 화장실에 가는지 감시하라"며 따라가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A 교사는 "B 양이 학교 폭력 문제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어 훈육하는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훈육의 일환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학생에게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정상적인 교육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조사 결과 A 교사는 학생들에게 집단따돌림을 시키기 전 B 양의 생활태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시정하는 조처 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B 양의 보호자들로부터 항의도 받았다.

검찰은 A 교사가 B 양의 보호자들과의 마찰 등으로 일반적인 '훈육'이 아닌 정신적인 학대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기소 전 열린 '검찰 시민위원회' 역시 A 교사의 행위가 교육의 목적을 벗어나 B 양의 정신건강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동부지청 관계자는 "교육 및 아동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A 교사를 기소했다"며 "지속적인 정신적 스트레스는 학생에게 체벌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 간의 이른바 '왕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A 교사에 대한 기소가 이뤄진 만큼 향후 법원에서도 훈육과 정신적 학대의 경계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