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선 경험담


일단 새해가 밝았으니, 다들 새해 복 오지게 받으시라..

먼저, 이글은 필자가 팔팔하게 젊디젊은 때.. 즉 질풍노도의 시절의 경험담이며

지금의 원양어선 시스템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을 미리 주지하오니,

씨발 내가 알고있는거와는 다르자너~ 하면서 개기시면 안된다는걸 알려드립니다.


1.원양 어선의 정의

원양 어업을 하기에 알맞도록 설비를 갖춘 배. 장기간 바다에서 생활할 수 있는 시설과
잡은 물고기를 실어 나르거나 배 안에서 냉동 및 가공 처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전적 정의는 위와 같아.

말 그대로 먼 바다에 나가서 특정 어종을 잡으면서 장기간 바다위에서 생활하는 배라는거지


2. 원양어선의 종류

우리가 일상에서 보통 접할 수 있는 모든 물고기가 다 원양어선에서 잡힌다고 생각하면 되.

물고기는 크게 잡는방식이 세가지야


* 그물

보통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있는 생선들은 거의 그물로 잡는 어종들이야

고등어, 가자미, 꽁치, 청어, 연어, 삼치, 멸치 등등..

그물로 잡는 배역시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배 끝 양쪽에 그물을 달고 미속으로 전진하면서

그물안으로 물고기를 포획하는 방법을 쓰는 배 (저인망어선 이라고하지)

매우 밝은 빛을 켜놓고, 물고기의 주광성을 이용하여, 배근처로 유인해서 그물을 넓게 펼쳐

물고기를 잡는 배 (일명 봉수망 주로 꽁치를 잡는배, 필자가 탄 배이기도 함)

이런 배들을 통칭 트롤선이라 불러..


* 낚시

참치배(일명 마구로배) 참치는 낚시로도 잡지만, 그물로도 잡아. 우리가 통조림으로 먹는참치는

그물로 잡고, 회로 먹는참치는 낚시(주낙) 으로 잡는거지

보통 회로먹는 어종들은 거의 낚시로 잡는다고 생각하면되, 고급어종일 수 록 낚시로 잡는거지

상품가치를 높히기 위해서는 상품의 흠집이 나면 안되거든. 그래서 보통 낚시를 이용해서 잡아

예외적인 경우가 있는데, 싼어종의 대표격인 오징어 같은경우는 조상기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잡지, 왜 그런고하니, 오징어는 깊은심해에서 살거든(수심 100~200M) 그래서, 그물로는

그 깊은 심해까지 갈수가 없어서 보통 야광찌를 설치한 기계로 잡는거야.

머 가끔 TV프로그램에서 물레같은걸 이용해서 사람이 직접잡기도 하지만, 보통은 다 기계로잡아


* 통발

주로 꽃개나, 장어등을 잡긴하는데, 원양어선에서 통발로 잡는 경우는 없기에 여기는 생략할께



3. 기간

보통의 원양어선은 계약을 할때 1년단위로 해(1항차라고도 하지) 일년계약이 끝나고, 육지로 돌아

오면, 다시 계약연장을 하거나, 그만타거나 본인이 선택하는데, 사관(선장.항해사.기관장등..)이

아니면, 다시 계약해서 타는 사람이 거의 없어. 그만큼 힘들거든.

원양어선을 몇십년씩 타는 사람들보면, 인간인가 싶기도해.. 이런표현쓰면 안되지만..

안쓰럽기도 하고. 정말 미치도록 외로워, 말도 표현이 안될만큼 아주 사무쳐 가족이. 사람들이..

그런 외로움을 견뎌내면서 몇십을년 탄다는게 어찌보면 대단하지만..서도



4. 임금

사실 사관을 제외하고, 보통선원으로 배를 타는 사람의 99% 이상이 돈을 목적으로 타는데, 그 이유가

원양어선은 따로 돈을 쓸 수 가없어, 망망대해에서 돈을 쓰고싶어도 못쓰니..

원양어선은 조금 독특한 임금구조를 띄는데, 기본급+보합(일종의 인센티브) 의 임금형태야

내가 원양어선을 탔을때 기준으로, 기본금 75만원이였거든 1년동안 기본금만 받고나서, 배가 무사히

한국으로 오면, 그동안 잡을 고기를 팔고, 그 이익금으로 직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센티브를 주지

그걸 보통 [보합] 이라고 해.

참고로, 내가 일년타고 내손에 쥐어진 돈이 총 3200백만원쯤 인가.. 그정도 벌었지

이 임금구조의 맹점은, 선원이 계약기간동안에 본인의 의사에 의해 도중에 하선을 하게되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가 없어.. 아주 불합리한 구조야. 지금은 어떻게 수정됬는지 모르지만

내가 원양어선을 탔을때는, 해운노조란게 없을 때 였거든..



5. 원양어선의 크기.

500톤 ~ 1200 톤 까지 어떤 어종을 잡는냐에 따라 배의 크기도 달라져.

내가 탄 배는 꽁치와오징어를잡는 배였는데, 500톤 정도의 작은배였고, 통조림용으로 잡는 참치배

같은경우 1200톤 정도 된다고 하는데, 실제 본적이 없어서..

참고로, 항공모함이 10만톤~20만톤 정도 된다고 하니, 원양어선이 얼마나 작은지 알겠지?

하긴 머.. 망망대해에 띄어놓으면, 그냥 다 점 하나이긴 하지만..



6. 구성원

일반적으로 원양어선의 경우 30명 내외의 남자들이 승선을해. (사관포함) 상선이나 큰배의경우에는

3항사 까지 두지만, 원양어선의 항해파트 경우는 선장. 항해사 이 두명으로 끝내..

선장. 항해사. 기관장. 기관사. 통신장. 까지가 사관으로 구성되고, 주방장을 제외하고는 다 일반

선원 이지.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원양어선의 경우 인력난이 매우 심해서, 베트남&조선족 선원

을 태웠어.

참고로, 선장이란 면허증은 없어. 정확한명칭은 1급해기사야. 실습해기사 부터 시작해서 경력이

쌓이면, 시험을 통해서 2급 1급으로 올라가는거고, 1급해기사가 되면, 회사나 선주가 뽑아서

선장이 되는거지.



1부는 여기까지야..

2부에서는  일년동안 배안에서 일어났던 일과, 그 안에서 느꼈던 솔직하고 꾸밈없는 인간적인

감정들을 써볼께..


근 20년전의 일이라, 얼마만큼 기억해 낼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힘들었던 경험이였기에

까맣게 잊지는 않았어..

설날 연휴 잘 마무리 하고, 횽들 올 한해도 복 많이 받아 ^^

제 2부.. 출항


내가 원양어선을 탄 이유는 지극히 단순명료해. 난 군대를 너무 가고싶었던 넘이였지.

근데, 신검을 받고나니 왠걸 5급인거야. 신체가 부실한것도 아니고, 논리적사고를 못하는 병1신도

아닐진데, 왜 5급이냐고?  3대 독자거든...-_-

그래서 난 단기사병 대상자였는데,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장기대기로 면제통지서가 날라온거야

누군가는 이런질문을 할수도있겠지.. 그렇게 가고싶은 군대라면 지원을 해서 가면되자나~?

가고싶은 군대이긴한데, 굳이 지원을하면서 까지 가고싶진 않았어 미얀..;;


어째든, 군대를 면제받은 나는  군대만큼 오지게 빡센경험을 하고싶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선택한게

원양어선이야.  주위에서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얄팍한 지식으로 원양어선이 매우 힘들다고 들었거든

그리고, 가따오면 돈도 많이 벌수 있다고 하더라고.. 1석2조 좋차나~~


결심을 굳힌나는 그날부터 정보를 수집했지. 그리고는 그당시 유행하던 지역신문에서 선원모집광고

를 발견하고, 바로 가서 면접을 봤어.

지금도 그러할지 모르지만, 지역신문이나 구인광고에서 선원모집을하는 회사는 99% 소개소야

광고에는 큰회사처럼 선전하면서 마치 해운회사에서 직접 뽑는것처럼 위장치지만, 결국 소개비를

받고, 대리로 모집하는 소개소일 뿐이야. 법적으로 위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양어선을 타러 오는

사람들중 대다수가 돈을 목적으로 타는 사람들인데, 편법을 이용해서 등처먹는건 좀 야비한거같아

그 소개비가 나중에 본인월급에서 나가거든.. 적은돈도 아니고.. 씨발


그렇게 소개소를 통해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통일호 밤기차를 타고 출발했어.

젊음의 힘!! 이것으로만 버티기엔 그때 난 철도없었고, 세상도 몰랐으며, 순진하기까지했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내내,  혹시 나 섬으로 팔려가는겨 아녀?  섬으로 팔려가면 죽을때까지

처 맞음서 육지로도 못나온다고 하든데..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들었어


서울에서 나와함께 같이 배를 타려고 출발한 일행들이 7명인가 8명인가.. 가물가물...;;

모두 다 나보다 형님들이였고, 그중에는 마흔이 훌쩍넘는 형님도 계셨어..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가는 일행들이라 그런지.. 서로에서 동질감을 느끼기도했지

아무래도 세상을 나보다 더 많이 살아오셨던 분들이라 이런저런 애기를 해주셨는데,

자세한 기억은 안나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싶어서 배를 탄다는 그런 애기였어.. 사업도 말아먹고

이혼하고..기타 등등..

보통의 마흔나이에 사회에서 자리잡고, 가정이 무탈하면, 굳이 원양어선을 타러 가진 않겠지..

그래서 배를 타러 오는 사람들은,  참 사연이 많은거 같아. 사회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그 밑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배를 타는것 같아.

아 이건 지극히 내 주관적인 견해이니, 시비걸지는 마.  배를 주업으로 삼고 열심히 사시는분들도

분명히 있다는것쯤은 알고있어 나도.


멀리서 새벽이 오는 여명이 올때쯤, 나를 실은 기차는 어느덧 부산에 도착을 하고, 우리 일행은

소개소 직원를 따라, 어느 회사에 면접을 봤어. 원양어선의 구인란이 꽤 심각했음에도 면접은

만만치 않더라고.

전과가 있냐, 몸에 문신이 있냐, 군대는 다녀왔냐.. 등등 생각했던것보다 까다로웠어

결국 처음 면접을 본 회사에서 나이가 어리고 군대를 안 다녀왔다는 이유로 탈락을 했고,

두번째 면접을 본 회사는 규모가 작은 어업회사였는데, 거기서 무사히 합격을 하고

같이 내려온 일행들과 아쉬운 작별을 했어.. 무사히 잘 지내고 꼭 돈 많이 벌으시라고, 그리고

힘내시라고..!!


난 합격만 하면 바로 출항하는줄 알았는데, 출항을 하려면 아직 보름쯤 더 있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배를 수리하는것좀 도와주고, 이런저런 기본상식을 알아야 한다면서 숙소로 데려가더라고

그 다음날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어업훈련소라는곳가서 훈련을 받기위해 등록을하고, 내가 타는

배를 보러 갔지.

내가 타는 배를 처음 본 그 느낌은, 마치 낯선여인네의 몸을 더듬는 느낌이랄까.. 매우 흥분되고

설레이고, 두렵고, 떨리고..

조심스레 출렁이는 배에 한발짝 내디는 그순간이 매우 짜릿했어, 아 내가 드디어 배를 타는구나

하는 생각에 바짝 긴장도 되면서

그렇게 일주일 동안은 오전에 어업훈련소에서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배에가서 이런저런 잡일을

하면서 보냈지. 선장님도 처음뵙고, 항해사, 갑판장, 그리고 햇또(?)

난 갑판장이 왠 남자를 자꾸  야! 햇또~ 햇또~ 이러면서 부르길래  저사람 또라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햇또 라는 명칭은 부갑판장쯤 되는 사람이더라고.. 일본어 같긴한데, 정확한 어원이...;;


건강검진도 무사히 통과되고, 어업훈련소에서 훈련도 수료하고나니 선원수첩이 나오더라고

이걸로 위급시에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여권도 된다고 하니.. 마치 머가 된거마냥 으쓱해지는 기분;;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지..ㅋ


출항날짜가 결정되자. 제일 걱정되는게 그녀 였지,  사실 배타러 오기전부터 눈물 쏟아내면서 말렸는

데, 내 인생 내가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고싶다고, 우기면서 온거였거든

그 날 저녁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며칠 후 출항하니, 나 잊고 열심히 살아라.. 좋은넘 있음 빨리

만나고.. 라면서 그녀를 위로했는데

그 다음날 그녀가 부산에 온거야. 죽으러 가는 사람도 아닌데, 그녀는 펑펑울면서 나쁜넘이라고

너 가면 다신 안본다고,  번화가 남포동 거리에서 주저앉고 우는.. 마치 영화처럼 말이지 -_-

차분히, 그녀에게  어차피 군대가는 셈치면 되지않겠냐, 군대는 2년6개월지만 난 1년만 가따온다

군대보다 짧지않냐~ 라는 개드립으로 그녀를 설득했고.. 그런 설득에 감동했는지

그녀는 친히 나를 모텔로 인도해 주셨어 -_-;;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군대에 군담배라는게 있자나 국방색 띠로 되서 [면세] 라고 붙어서

나오는 담배, 그게 외항선원용도 나오더라고.. 그리고 면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