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얼마 전 일부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들의 압박으로,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청소년 성교육 도서들이 폐기돼, 논란이 일었는데요.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심의 결과, 이들이 유해도서로 지목한 책 68권 가운데 67건이 무해한 것으로 결론났습니다.
조국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5일, 정부 세종청사.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들이 학교와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일부 성교육 도서를 폐기하라며 집회를 열었습니다.
해당 도서들에 음란한 삽화와 선정적 내용이 담겨,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는 거였습니다.
[학부모 단체 관계자 (음성변조)]
"성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적인 지식이나 용어, 관계 행위 그림, 생식기 위주의 삽화는 호색적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며‥"
이들은 일선 학교들에도 도서관에 비치된 이른바 '음란 도서'를 당장 없애라며 압박에 나섰습니다.
압박을 견디지 못한 상당수 학교는 결국 이들이 지목한 성교육 서적들을 실제로 폐기했습니다.
[초등학교 사서 교사 (음성변조)]
"('음란 도서') 목록에 해당하는 건 저희 학교에 2권이 있었어요. 그냥 일반적인 성교육 도서였고. 저희가 두 권을 폐기처리하는 걸로 했습니다."
문체부 산하 간행물 윤리위원회는 이들이 '음란·유해 도서'로 규정한 성교육 책 68권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습니다.
간행물윤리위가 청소년 교양도서에 대해 무더기 심의에 나선 건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다양한 성 고민의 해답을 만화로 풀어주는 책.
단체들은 '성기를 설명하는 삽화가 적나라하고, 동성애 미화가 담겼다'고 주장했지만, 심의 결과는 "문제 없다"였습니다.
유명 산부인과 의사와 만화가가 함께 참여한 이 책도 남녀 성기 삽화 하나 때문에 심의 대상에 올랐지만 역시 통과했습니다.
결국 간행물윤리위는 심의한 도서 중 1권을 제외한 67권을 '무해하다'고 결론 냈습니다.
단체들이 주장하는 혹시 모를 악영향도 고려할 만은 하지만,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문구·삽화 등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는 취지입니다.
유네스코도 성교육 지침에서 "성교육은 더 구체적 과학적으로 해야 하고, 동성애 등 설명 역시 상세히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학부모 단체 측은 간행물윤리위의 결정에 반발하며 '심의 결정 무효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조국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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